자연지

안녕하세요. 선한사상가입니다. 

요즘 많이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한 번 쯤은 100마리 잡았으면..."

그리고 이 말 만큼이나 많이 들리는 말이 있습니다. 

"낚시가 꼭 무슨 마릿수 내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100마리가 무슨 소용인지..."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마릿수가 최고죠... 100마리의 물고기?

아니지.. 붕어는 크기지... 1마리라도 사짜 허리급?

무슨 소리 낚시는 즐낚, 취낚이 최고 아녀?

다 필요없어. 그냥 쉴래. 대는 널어 놓는 것일뿐...

거울이 지났는지 왜 봄은 온건지 안온건지... 

그래도 회사 앞동산을 보니 개나리도 피고, 아파트 화단에는 성급한 벚꽃도 슬슬 피는데

붕어는 왜 안나오는 것일까요?

멀리 강릉까지 가서 둠벙에 앉아 잔챙이를 잡아도...

안개가 자욱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길을 달려달려 가봐도...

자리가 불편해 옹졸한 자리에 비집고 들어가 좋은 포인트를 차지해 봐도...

다들 100마리는 족히 잡는 다는 포인트에서 원없이 망을 채워 보아도...

밤새 고기 잡고... 아침에도 또 잡고... 점심까지 낚시대에서 눈을 떼지 않아도..

내 사랑하는 동생과 편한 좌대에서 굴짬뽕으로도 왠지 허전한 마음이 달래지지 않았습니다. ㅠ.ㅠ

수몰나무 사이사이 넣어놓은 찌불은 금새라도 허한 마음을 달래줄 것 같지만...

늘 아침이 되어보면... 

세상사 마음처럼 안되듯 낚시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구요. 

핫하다는 좌대를 타고 낚시를 해 보아도....

퇴근하고 짬낚으로 서울야경을 배경삼아 대를 던져 보아도...

대호만, 대호만 하는 인터넷 소식을 듣고,

그 대호만의 그림같은 포인트를 가 보아도..

맘에 드는건 동출한 동생 뿐이고...

망은 늘 채워지지만... 왠지 계측한 사진이 없는 이유는...

그 사진에는 허전한 마음까지 계측이 될까 무섭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이런 허함은 왠지 역사가 있어 보여요.. ^^

오래전 인생고기 44.4cm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복찌나눔"을 했었어요. 

2,500회에 육박하는 조회수와 14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었어요. 

그리고 "대물이"님이 어복찌에 당첨되셨고... 2번인가? 그 라인이 모두 찌를 받으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

그리고 어제... 그 허전함을 달래려 또 "퇴근후 짬낚"을 가봅니다. 

장소는 왕숙천... 

총총히 밝혀진 건너편의 가로등이 찌불오름이 잘 안보이도록 방해하지만...

이제는 춥다기 보다는 쌀쌀하다는 정도의 바람을 이기며 앉아 있어 봅니다. 

예전 그 44.4cm의 인생고기를 생각하며...

그러다 옆으로 펴 놓은 36칸의 찌가 사라져 챔질을 해봅니다. 

먼가 묵직합니다. 

느낌은 "자라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 머리가 자라는 아닙니다. 

꺼내보니 붕어네요.

45cm짜리 뜰채 프레임이 가득차고 남습니다. 

빵은 향어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ㅠ.ㅠ

왜냐면 오늘은 짬낚이가 짐을 줄이고 줄여서 

가장 마지막에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챙겼던 것이 계측자였거든요. 

진짜 다행이었어요. 혼자 출조해서 아무도 없었는데 계측자도 없었다면...

계측자에 올려 놨는데... 

사람마음이 간사합니다. 센치한 마음? 허한마음? 

그딴거 개나 줘 버렸습니다. 

45.0cm....

머죠? 이게... 

눈을 비비고 다시 재봅니다.

정말? 45cm야?

진짜 사짜 허리급이라고?

혹시 몰라 꼬리 쪽만 정밀하게 찍어봅니다. 

딱 45cm입니다. 

이 녀석 착해서 도망을 가지도 않습니다. 

계측자 위에서 아주 편안히 있습니다. 

꼭 저에게 이렇게 말하는 같았습니다. 

"됐냐? 가서 조행기 써야지."

그럼요. 조행기 써야죠... ㅎㅎㅎ

근데 이때부터 고민이 됩니다. 

아~~ 시간이 너무 늦어 주위에 사람도 없고 자랑할 분도 없습니다. 

루어하는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우와, 엄청크네요" 한 마디 하시고 가십니다. 

아... 붕어꾼이셨으면 그러지 않으셨을 꺼예요.. 

이걸 보고 "엄청크네요 라고만 하시면 안대요...ㅠ.ㅠ"

그래서 혼자 셀카를 찍어 봅니다. 

사짜 허리급 되는 붕어 한손으로 잡고 한손으로 셀카 찍어 보셨나요?

아.. .얌전하던 녀석이 요동도 칩니다. 

근데 이 상황이 다 즐겁습니다. ^^

팔을 더 길게 뻗고.. 대신 붕어는 떨어지면 안되니까 가슴쪽으로 당기고...

그러면서 표정까지는 관리가 안되네요.. ^^;;

배가 빵빵해서 사진 촬영후 잘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왕숙천... 저의 가장 큰 붕어를 안겨준 곳이네요.

강릉으로 서산으로 아산으로 당진으로 평택으로 진천으로... 

돌아다닌 곳은 많지만 정작 인생최대어는 집에서 10km밖에 안되는 곳에서 잡네요,.

그렇다고 낚시를 다닌 장소나 시간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꽝치면... 꽝이 주는 마일리지 같은게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게 차곡차곡 잘 쌓이면 또 큰 녀석, 마릿수 조과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서두에 말씀드린 "100수? 1마리? 즐낚? 힐링?" 어떤 것이 여러분이 원하는 낚시인가요?

무엇이어도 좋습니다. 다 좋아서 "즐거운 때 - 낚시"인 것 같습니다.  ^^

저는 그래서 이번주도 또 서산으로 갑니다. 

월급받아 주말에만 조심조심 다니는 낚시이지만.. 인생이고 즐거운 같습니다. 

오늘 45cm 인생최대어는 스위밸채비, 오월이장찌에 나왔습니다. 

(참, 이 자리를 빌어 오늘 사용한 비밀글루텐을 무료로 선물해 준 레박이 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입니다.^^)

군계일학을 만나니 낚시가 즐거워 지네요. ^^

지금은 참 좋은 시즌입니다. 

어떤 낚시도 아닌 "내낚시"로 즐거운 사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긴 조행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